국내 가구 브랜드 ‘틀(THE TLE)’ 철학을 담아 설계된 ‘STUDIO TLE’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정체성을 공간으로 풀어낸 전시장이다. 더 틀의 제품은 효율적인 구조와 세밀한 디테일이 만들어내는 높은 완성도가 특징이자 강점이다. 디자이너들은 이 점에서 브랜드가 가진 장인정신과 한국 가구 브랜드로서 이어가는 전통성을 발견했다. 이 두 가지 개념은 전시장을 구성하는 핵심 바탕이 되었다.

공간의 출발점은 한국 전통건축의 가치다. 전통건축의 다채로운 특징 중, 디자인을 맡은 ‘스노우스페이스’가 집중한 주제는 ‘조화와 균형’ 그리고 ‘여백’ 이었다. 전시는 전통을 품고 있지만 고루하지 않고, 비어 있는 듯하면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품도록 계획되었다. 이는 방문자가 공간 속에서 여유롭게 머물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의도한 것이다.

공간의 동선은 화가 ‘파울 클레(Paul Klee)’의 회화적 접근에서 영감을 얻었다. 클레는 작품 속에서 동양 건축의 모호한 경계를 표현했는데, 이는 흐릿하고 겹쳐진 경계 속에서 공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특성과 맞닿아 있다. 이는 벽과 기둥으로 공간을 뚜렷하게 구획하는 서양 건축의 방식과 명확하게 대비된다. ‘스노우스페이스’는 이런 차이점을 주목해 공간을 풀어냈다. 클레가 보여준 ‘두 개의 길’은 명확함보다 모호함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시선이었고, 이것을 현대적 공간 안에서 실험적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STUDIO TLE’는 한국 전통건축의 여백과 균형, 그리고 파울 클레의 작품에서 확인할 수 있는 모호한 경계의 미학을 브랜드의 정교한 장인정신과 결합했다. 그 결과, 이곳은 전통과 현대, 예술과 건축이 교차하는 새로움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