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의 바이브 독해하기, 노트 디자인 스튜디오
스웨덴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노트 디자인 스튜디오는 프로젝트의 바이브vibe를 읽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난 2월 25일부터 3월 1일까지 열린 서울리빙디자인페어(SLDF)는 리빙·라이프스타일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망라한 자리였다. 디자인하우스 주최, 〈행복이 가득한 집〉 주관, 뵈브클리코 협찬으로 510개 브랜드, 1900여 개 부스가 참여하고 약 13만 명의 참관객이 몰려 명실상부 국내 최대 규모의 리빙 & 라이프스타일 전시회임을 입증했다. 2월 26일 부대 행사로 진행한 ‘리빙트렌드세미나’는 ‘변화의 시대, 가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주제로 국내외 디자인, 브랜드, 소재, 산업 분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글로벌 프로젝트 경험과 디자인 전략을 바탕으로 변화하는 시장에서 디자인의 역할과 가능성을 공유했는데, 특히 노트 디자인 스튜디오Note Design Studio(이하 노트) 공동 설립자인 요하네스 카를스트룀Johannes Karlström의 발표가 눈길을 끌었다. 협업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디자인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 그는 다양한 관점이 모일 때 아이디어가 어떻게 확장되고 더 강한 결과로 이어지는지 실제 프로젝트 사례를 통해 소개했다. 세미나의 연사로 참여한 카를스트룀을 비롯해 노트의 프로덕트 디자이너 이중한, 막스 셰르나Max Stjerna와 협업을 핵심 동력으로 하는 디자인 방식과 그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리빙트렌드세미나에서 문제를 해결할 때 스타일보다 바이브vibe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트에게 바이브는 어떤 의미인가?
카를스트룀 모든 프로젝트에는 저마다 핵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역할은 그 핵심을 발견하고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의 감정적 성격을 읽어내는 일이다. 우리가 말하는 바이브는 단순한 스타일이 아니라 프로젝트 안에 이미 존재하는 정서적 중심에 가깝다. 그 감각을 정확히 짚어내야 디자인도 자연스럽게 방향을 잡을 수 있다.
프로젝트 초기에 그 바이브를 어떻게 구체화하는지 궁금하다.
카를스트룀 공간 디자인 팀은 무드 보드를 활용해 이미지와 색상, 소재 레퍼런스, 브랜드 키워드를 조합하며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톤을 설정한다. 참고 이미지는 제품이나 인테리어 사례뿐 아니라 패션, 예술, 사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한다. 서로 다른 레퍼런스들이 모이면서 프로젝트의 감각적 방향이 점차 선명해지고, 그 과정에서 바이브가 구체화된다.

건축, 인테리어, 제품, 그래픽 등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들이 함께 일할 때 아이디어는 어떻게 발전하나?
카를스트룀 프로젝트에 따라 여러 분야가 동시에 참여하기도 한다. 아틀리에 타켓Atelier Tarkett과 새로운 바닥 소재를 개발했던 프로젝트를 예를 들어보겠다. 우리는 이를 단순한 바닥재가 아닌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하나의 ‘표면’으로 바라봤다. 제품 디자인 팀은 소재와 활용 가능성을 연구했고, 공간 디자인 팀은 그것이 공간에서 어떻게 경험될지, 그래픽 팀은 이를 어떤 언어와 이미지로 전달할지를 고민했다. 그 결과 제품 개발을 넘어 밀라노 살로네 델 모빌레 전시와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로 확장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시각이 만나면서 하나의 아이디어가 더욱 입체적인 이야기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글로벌 프로젝트에서 현지 소재를 주로 활용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카를스트룀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역 고유의 전통 소재와 생산 방식을 이해하는 과정이 새로운 배움을 주기 때문이다. 때로는 기존의 협력 네트워크를 활용하지만, 새로운 제조사나 장인과 협업하기도 한다. 이때 전통적인 소재나 기술을 오늘의 맥락 안에서 새롭게 해석할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동안 다양한 한국 브랜드와 협업했다. 서로 다른 맥락 속에서 진행된 프로젝트에서는 어떤 바이브가 형성됐나?
이중한 알로소, 아고라이팅, 위키노 등 여러 한국 브랜드와 협업했지만 각 프로젝트는 맥락과 목표가 서로 달랐다. 다만 공통적으로 기존 틀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려는 의지가 있었다. 초기 단계에서는 브랜드의 방향이 아직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무엇을 제안할지보다 브랜드가 실제로 무엇을 찾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시간을 썼다. 대화와 스케치, 테스트를 거치며 프로젝트의 핵심과 바이브가 점차 드러났고, 그 과정에서 브랜드의 정체성도 더 분명해졌다.


오늘날 디자인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카를스트룀 가장 단순한 답은 AI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전 세계적으로 많은 도전이 이어지는 시대에는 우리가 디자인하는 방식뿐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 자체에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셰르나 AI 산업과 더불어 또 하나 느끼는 변화는 젊은 세대의 소비와 투자 방식이다. 이전 세대에 비해 집을 사거나 인테리어에 투자하기보다 경험에 더 많은 가치를 두는 경향이 있다. 자기표현 역시 집보다는 패션 등 개인적인 스타일이나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변화는 홈 가구 시장에는 도전이 되지만, 우리에게는 앞으로 사람들이 찾게 될 공간과 경험을 디자인하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중한 오늘날 디자인은 트렌드와 이미지의 순환에 매우 민감해졌다. 소셜 미디어와 빠른 이미지 유통 때문에 사물이 즉각적으로 ‘지금의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압박도 생긴다. 하지만 우리가 디자인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많은 작업은 트렌드를 따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런 작품들이 오래 살아남는 이유는 형태의 명확성, 비례, 소재, 그리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자연스럽게 관계 맺는 힘에 있다. 좋은 디자인은 시간이 지나도 의미가 유지되는 타당성과 완성도를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노트가 더 탐구해보고 싶은 감각이나 관계 혹은 환경은 무엇인가?
카를스트룀 최근 우리는 건축이라는 영역을 새롭게 탐구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우리의 작업 방식에 어떤 영향을 줄지, 그리고 사람들이 도시나 전원주택에서 살아가는 방식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 기대하고 있다.
셰르나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프로젝트에도 관심이 많다. 예를 들어 호텔처럼 다양한 스케일과 감각을 아우르는 경험을 디자인하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작업일 것이다.
이중한 새로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수록 손으로 이루어지는 공예를 탐구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예에는 아이디어와 기술, 노동이 직접 만들어낸 결과라는 점이 분명히 드러나는 정직함이 있다. 이런 물리적 연결은 자동화된 기술로 쉽게 대체할 수 없다.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공예적 관계를 유지하는 일은 디자인을 보다 인간적인 것으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