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을 사로잡은 트레이시 에민 개인전, ‘세컨드 라이프’

삶을 통해 예술을 말하다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은 세계적인 작가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1963)의 혁신적인 작업을 기념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회고전 ‘세컨드 라이프(A Second Life)’를 선보인다.

런던을 사로잡은 트레이시 에민 개인전, ‘세컨드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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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ey Emin My Bed 1998 © Tracey Emin.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Photo credit: Courtesy The Saatchi Gallery, London / Photograph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Ltd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은 세계적인 작가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1963)의 혁신적인 작업을 기념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회고전 ‘세컨드 라이프(A Second Life)’를 선보인다. 자신의 삶과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표현 방식으로 예술의 가능성을 확장해 온 에민은 여성의 신체를 통해 열정과 고통, 치유의 과정을 탐구하며 동시대 미술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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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ey Emin, Why I Never Became a Dancer 1995 © Tracey Emin.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이번 전시는 1990년대의 대표적인 설치 작업부터 최근 제작된 회화와 브론즈 조각까지, 약 40년에 걸친 그의 작업 세계를 폭넓게 조망한다. 100점이 넘는 작품이 모인 이번 전시는 회화, 비디오, 텍스타일, 네온,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사랑과 트라우마, 개인적 성장에 대한 경험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에민의 예술적 접근을 보여준다. 또한 작가의 삶을 결정적으로 형성한 주요 사건들을 따라가며 그의 변화와 여정을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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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ey Emin, I never asked to Fall in Love – You made me Feel like this 2018 © Tracey Emin.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전시는 에민이 평생 이어온 회화에 대한 헌신을 조명하며 시작된다. 우선 전시 <My Major Retrospective (1982–93)>에서 선보였던 작업들이 소개되는데, 여기에는 1980년대 미술학교 시절 그린 회화를 사진으로 기록한 작은 이미지들이 포함된다. 이 회화들은 작가가 삶에서 힘든 시기를 겪은 뒤 스스로 파기한 작품들이다. 이와 함께 ‘Tracey Emin CV'(1995)와 ‘Why I Never Became A Dancer'(1995)가 전시된다. 후자의 영상 작품에서 작가는 마게이트에서 보낸 십대 시절의 트라우마를 회상한다. 이러한 초기 작업들은 자신의 경험을 1인칭 시점으로 풀어내는 에민 특유의 목소리와 친밀한 서사를 관람객에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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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 of Tracey Emin at Tate Modern 2026. Photo © Tate (Yili Liu)

기억과 상처, 그리고 치유: 개인의 경험을 드러내는 작업

에민의 작업에서 고향 마게이트(Margate)는 오랜 시간 중요한 축을 이루어왔다. 15세에 마게이트를 떠난 그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에 간헐적으로 고향을 찾다가 1987년 런던으로 이주해 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에서 공부했다. 2016년 마게이트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본 뒤, 2020년 암을 극복한 그는 다시 이 해안 도시로 돌아와 영구적인 거주지로 삼았다. 이후 무료 스튜디오 기반 예술 학교인 트레이시 에민 아티스트 레지던시(Tracey Emin Artist Residency)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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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ey Emin, Mad Tracey from Margate. Everyone’s been there 1997 © Tracey Emin.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이번 전시는 마게이트와 어린 시절의 기억을 중심으로 한 작품들을 통해 작가가 개인의 역사를 어떻게 다시 바라보고 재구성하는지를 살펴본다. 특히 ‘Mad Tracey From Margate: Everybody’s Been There'(1997)는 손으로 수놓은 문장과 편지, 드로잉을 통해 작가의 내밀한 생각을 드러낸다. 목조 롤러코스터 설치 작품인 ‘It’s Not the Way I Want to Die'(2005)는 마게이트의 놀이공원 드림랜드(Dreamland)에서 영감을 받아 불안과 취약성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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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ey Emin: A Second Life Tate Modern. © Tracey Emin with It’s Not the Way I Want to Die 2005 and I needed you to love Me 2023. Photo © Tate (Sonal Bakrania)

“테이트 모던에서 전시를 열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제게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제 현대미술관 중 하나이며, 런던에 있다는 점도 특별합니다. ‘세컨드 라이프’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는 제 인생에서 하나의 기준점이 될 것 같습니다. 과거를 돌아보면서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는 순간이자, 삶 그 자체를 기념하는 진정한 축제가 될 것입니다.

트레이시 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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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ey Emin: A Second Life Tate Modern installation view Keep your Darkness Away (2011) and I could have Loved my Innocence (2007). Photo © Tate (Sonal Bakrania)

에민은 종종 개인적 트라우마와 고통을 정면으로 다루며, 사회적으로 쉽게 논의되지 않는 문제들에 대한 낙인을 해체한다. 전시는 작가가 겪은 성폭력 경험을 다루는 작품들도 포함한다. 네온 작업 ‘I could have Loved my Innocence’(2007)와 자수 작업 ‘Is This a Joke'(2009)가 대표적이다. 또한 영상 작업 ‘How It Feels(1996)’에서는 실패로 이어진 낙태 경험을 통해 제도적 방치와 여성의 선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직시한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The Last of the Gold'(2002)에는 ‘낙태의 A부터 Z까지’라는 문구가 담겨 있으며, 비슷한 상황에 놓인 여성들을 위한 조언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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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ey Emin, Is This a Joke 2009 © Tracey Emin.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전시의 중심에는 두 개의 대표적인 설치 작업이 자리한다. ‘Exorcism of the Last Painting I Ever Made'(1996)와 ‘My Bed'(1998)이다. 후자는 알코올로 인한 정신적 붕괴 이후 회복의 과정을 기록한 상징적인 작품으로, 에민을 대표하는 작업으로 평가받는다. 암, 수술, 장애의 경험 또한 전시에서 직접적으로 다뤄진다. 최근 제작된 브론즈 조각 ‘Ascension'(2024)은 방광암 수술 이후 자신의 몸과 맺게 된 새로운 관계를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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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ey Emin, A Second Life Tate Modern installation view with The Last of the Gold (2002). Photo © Tate (Sonal Bakrania)

전시는 작가가 회화를 통해 자신의 ‘두 번째 삶’을 탐구하는 지점에서 마무리된다. 대형 회화들은 초월적이고 영적인 분위기를 담아내며 현재를 살아가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한편 ‘Death Mask'(2002)는 이러한 회화 사이에서 삶의 어두운 측면을 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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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ey Emin, Exorcism of the last painting I ever made 1996 © Tracey Emin.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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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ey Emin, Ascension 2024 © Tracey Emin.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도시 전체가 전시장으로: 런던을 밝히는 네온 메시지

전시 개막을 기념해 트레이시 에민의 상징적인 네온 작품들이 런던 전역의 건물과 빌보드에 설치됐다. 이번 무료 팝업 프로젝트는 2주 동안 진행되며 11개 자치구 22개 장소에서 작가의 네온 텍스트를 선보인다. “나는 과거의 나에게 속삭인다 다른 선택은 없었을까(I Whisper to My Past do I Have Another Choice)”와 “나는 어디에서나 당신을 느낀다(I can Feel You Everywhere)” 같은 문장들이 도시 공간 곳곳에서 관객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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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ey Emin, I whisper to My Past Do I have Another Choice 2010 © Tracey Emin. All rights reserved, DACS 2026

이번 도시 프로젝트는 에민이 오랫동안 사용해 온 네온 매체를 통해 강렬하고 개인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확장합니다. 출근길이나 동네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칠 수도 있는 작품들은 관객을 작가의 내면 세계로 초대하는 동시에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테이트 관장/전시 총괄 큐레이터 마리아 발쇼(Maria Balsh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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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ey Emin A Second Life at Tate Modern installation view. Photo © Tate (Jai Monaghan)

에민의 네온 작업은 그의 영성과 감정적 반응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이러한 텍스트 작업은 공공 공간에서 낯선 이들을 연결해 왔다. 2013년 뉴욕 타임스 스퀘어(Times Square)의 “나는 당신을 사랑하겠다고 약속한다(I promise to love you)”와 런던 세인트 판크라스 역(St. Pancras station)의 “나는 당신과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I want my time with you)”가 대표적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런던 시민들이 에민 특유의 솔직하고 친밀한 작업 세계를 전시 개막에 앞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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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ey Emin A Second Life billboard, Spitalfields Commerical St February 2026. Image courtesy Tate and Jack Arts (part of BUILDHOLLYWOOD)

세컨드 라이프(A Second Life)
주소 Bankside, London SE1 9TG 영국, 테이트모던
기간 2026년 2월 27일 – 8월 31일
웹사이트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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