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작품은 사슴이 서식하는 섬, 바다, 그리고 비어있는 인터뷰장을 보여주며, 각 영상 길이와 구조가 비슷하나 조금씩 다른 세 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1장: 사슴의 존재가 분명히 드러나는 경우
2장: 사슴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경우
3장: 사슴의 존재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
본 작업은 영상의 선형적 문법을 해체하고 무작위 반복 구조를 택함으로써, 관객을 정해진 줄거리를 따라가는 수동적 관찰자에서 자신만의 맥락을 구성하는 능동적 주체로 전환시킨다. 관객은 벤야민이 언급한 ‘촉각적 수용’처럼 건축물을 드나들듯 자유로운 방식으로 영상과 접촉한다. 누군가는 파편화된 일부를, 누군가는 전체의 흐름을 목격하며 각자의 타이밍에 따라 사슴의 존재와 부재를 신체적으로 경험한다.
결국 이 작업은 단일한 영상물로서 존재하는 것을 넘어, 전시 공간 안에서 끊임없이 순환하는 구조적 상태로서 의미를 갖는다. 관객이 언제 들어오고 나가는지에 따라 동일한 데이터로부터 저마다 다른 기억의 풍경을 가져가게 되는 이 흐름 속에서 ‘보는 자’를 넘어 기억의 공저자로 참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