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거리에는 일정한 주기로 설치되고 철거되는 현수막이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현수막은 짧은 시간 동안 기능을 수행한 뒤 대부분 폐기됩니다. 선명한 그래픽 표면은 정보의 효용이 사라지는 순간 쓰레기가 되고, 물질로서의 가능성은 충분히 탐색되지 않은 채 소멸됩니다.
Banner Container는 이러한 도시의 시각적 잔여물에서 출발한 작업입니다. 졸업 전시에서 선보인 Flux – 폐현수막 장신구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놓인 오브젝트로서, 몸에 닿던 표면은 이제 공간 속에서 쓰임을 갖는 용기로 전환됩니다.
폐현수막과 레진을 결합하며 경도, 밀도, 색의 투과도에 대한 실험을 선행했습니다. 잘려나간 인쇄 이미지의 단편들은 새로운 색면과 패턴으로 재조합됩니다. 기존의 정보성은 해체되고, 색과 질감만이 남아 또 다른 표면을 구성합니다. 직선적으로 재단된 조각과 완만한 곡면이 한 형태 안에서 공존하며, 단단한 외곽과 가벼운 인상이 동시에 드러납니다. 레진은 단순한 접착을 넘어 섬유를 고정하고 표면을 구조화하는 매개로 작동합니다.
Banner Container는 소비 이후 남겨진 그래픽 표면을 일상의 용기로 재맥락화한 작업입니다. 버려진 이미지의 파편이 기능을 갖는 오브젝트로 전환되며, 순환의 가능성을 공간 속에서 드러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