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줄리앙과 허재영이 우정으로 디자인한 IP인 누누. 두 사람의 모습을 본떠 만든 이 캐릭터는 소중한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캐릭터 IP 사전] Jean Jullien & NouNou 장 줄리앙 & 누누
프랑스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장 줄리앙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해외 창작자 중 한 명일 것이다. 말풍선도, 디테일한 묘사도 없지만 장 줄리앙의 그림은 굵은 검정 선 하나로 다양한 감정을 직관적으로 표현해낸다.
그런데 자신의 재능으로 세상을 담아내는 창작자가 어디 그뿐인가? 사실 장 줄리앙이 지금과 같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숨은 조력자가 있었다. 바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허재영이다. 장 줄리앙의 오랜 친구인 그는 장 줄리앙과 함께 캐릭터이자 브랜드 ‘누누NouNou’를 론칭하고 장 줄리앙 특유의 감정을 담은 얼굴 그림을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제품에 활용한다.
누누의 두 캐릭터는 각각 허재영과 장 줄리앙을 닮았다. ⓒYoon Jiyong
누누는 2016년, 장 줄리앙의 첫 번째 한국개인전에서 탄생했다. 당시 허재영과 장 줄리앙은 서로의 친구와 가족 얼굴을 한국의 전통 탈과 접목해봤는데, 그 결과물에서 묘한 캐릭터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허재영은 이 그림이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을 거라고 판단해 브랜드로 확장하기로 결심하고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장 줄리앙 특유의 드로잉을 활용한 티셔츠, 모자, 컵, 가방, 러그 등 다양한 제품이 만들어졌다.
반응은 뜨거웠다. 백화점 입점 제안까지 받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이 시점에서 돌연 브랜드가 활동을 멈췄다. 매출은 나쁘지 않았지만, 장 줄리앙이 아티스트와 사업자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더 많은 제품, 더 빠른 속도가 필요했다. 하지만 누누는 단순히 상업적인 브랜드가 아니었다. 장 줄리앙과 허재영이 함께 구상한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장이자, 작가의 작업이 존중받는 구조를 고민한 결과물이기도 했다. 예술성과 상업성이 꼭 대척점에 있다고 볼 순 없지만 해결되지 않는 딜레마가 있었다. 결국 이들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브랜드 활동을 잠시 멈추고 2년간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다.
장 줄리앙과 허재영은 정말 만들고 싶은 것만 만든다는 원칙으로, 누누 굿즈를 만들고 있다. ⓒYoon Jiyong
그리고 2020년 누누가 새롭게 출발했다. 이번에는 ‘정말 만들고 싶은 것만 만든다’는 원칙을 세우고 캐릭터도 정비했다. 브랜드의 얼굴이자 중심이 되는 두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각각 장 줄리앙과 허재영을 상징한다. 똘망똘망한 얼굴은 장줄리앙, 새롭게 등장한 심드렁한 표정의 콧수염 캐릭터는 허재영을 닮았다.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할 때 감정과 관계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는 믿음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공백기가 있었지만 대중은 장 줄리앙과 누누를 잊지 않았다. 2022년 DDP에서 열린 장 줄리앙의 개인전 〈그러면, 거기〉는 인산인해를 이루며 변함없는 인기를 증명했다.
내년이면 누누가 10주년을 맞이한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고, 브랜드는 한층 더 성장해 한남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며 사람들과 더욱 가까이에서 만나고 있다. 누누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드가 지닌 감정과 세계관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다. 표정이 담긴 티셔츠와 러그, 작은 컵과 굿즈가 놓인 매장은 누누의 철학을 하나의 장면처럼 보여준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누누가 건네는 ‘감정의 언어’를 경험할 수 있는 작은 전시이자 휴식처다.
누누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누누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 외관.
하지만 누누는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허재영은 “이제 다음 단계를 바라봐야할 때”라고 말한다. 단순히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단계를 넘어, 누누를 어떻게 더 깊고 지속적인 브랜드로 성장시킬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다. 10주년을 앞두고 지금까지 선보인 제품과 캠페인을 되짚으며, 앞으로는 단순한 굿즈를 넘어 더 풍부한 스토리와 경험을 전하는 브랜드로 나아가려 한다.
“누누는 처음부터 작품성과 상업성을 함께 고려한 캐릭터 IP로 방향을 잡았다. 장 줄리앙과 내가 오래전부터 꿈꿨던 작업을 지속 가능한 형태로 구현해보고자 한 것이다. 누누는 ‘우리’라는 뜻을 담고 있다. 우리는 가족이고, 친구이며, 일상을 함께하는 존재이다. 그런 소중한 관계들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보여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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